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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의 패션과 무대

 

러시아 발레단이라는 뜻의 발레 뤼스20세기 초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의 협업이 빚어내는 혁신적인 무대로 파리를 뒤흔들었다. 당시 유럽 최고의 디자이너, 화가, 작곡가, 무용가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중 의상에 초점을 맞춰 지난 2013년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다.(링크 참조) 

발레 뤼스의 기획자 디아길레프가 모아들인 의상 디자이너 그룹 가운데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나 앙리 마티스(Henri Mattisse) 같은 잘 알려진 화가를 비롯해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Coco Chanel) 같은 예외적인 이름도 보인다. 어쨌든 이러한 이들에 힘입어 디아길레프 이후로 고대 동양과 추상, 큐비즘과 초현실주의 등의 영향을 드러내면서 발레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 레옹 박스트(Leon Bakst)는 디아길레프의 초기 공동 작업자 중 하나이다. 그의 세트 및 의상 디자인은 풍부한 색상, 정교한 패턴, 동양적 영감, 민속적 요소 등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 그림(좌)에서처럼 <목신의 오후>(1912)의 디자인이 가장 상징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헤라자데>(1911)에서의 이국적인 실루엣도 주역인 니진스키의 사진(우)과 함께 꽤 많이 알려져 있다.

 

 

러시아 화가인 니콜라 뢰리히(Nicholas Roerich)는 대표적으로 <봄의 제전>(1913)의 디자인이 있다. 이건 염색과 핸드 페인팅으로 만들어진 기하학적 문양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원작을 보게 되면 러시아 이교도들의 원시 제의를 모티브를 염두에 두었을 때 으레 상상하게 되는 것과는 다른 디자인이어서 더욱 인상에 남는다.

 

 

이건 파블로 피카소의 작업이다. <퍼레이드>(1917)는 과연 큐비즘다운 무대미술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아래(좌)에서 앙리 마티스의 미니멀한 패턴이 드러난 <나이팅게일의 노래>(1920)는 어떤가!

 

 

또한 오르피즘(Orphism, 입체파의 분파로서 기존의 입체파가 취하던 자연적 소재를 벗어나 추상을 지향)의 화가이자 섬유예술가인 소니아 들로네(Sonia Delaunay)<클레오파트라>(1918)의 그래픽과 도발적인 디자인을 만들었다.(우)

 

발레 뤼스의 가장 흥미로운 무대 의상 중 하나는 코코 샤넬이 <푸른 기차(Le Train Bleu)>(1924)를 위해 디자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상은 1920년대 스포츠웨어로 쉽게 오인돌 수 있는 뜨개질 옷이다. 무용수가 움직이기에 적합한 것을 실험한 것이기도 하고, 또한 샤넬 특유의 미니멀리스트 미학이 잘 드러나 있는 디자인이다.

 

발레 뤼스의 가장 전위적인 의상 중에는 초현실주의 운동에 영향을 준 이탈리아 화가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것도 있다. 파벨 첼리체프(Pavel Tchelitchev)와 함께 데 키리코는 벽돌 벽, 기둥 및 아치 그래픽 모티프가 특징인 <무도회(The Ball)>(1929)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어쨌든 꽤 흥미롭지 않은가? 일단 한데 모아놓고 보니 이들의 협력 작업이 어떤 시너지를 일으켰는지 좀 더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