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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에 영향을 준 15가지는 무엇?

                                                                                                                 

내가 아직 <라라랜드(LA LA Land)>를 보지 못하고 있었을 때, 우연히도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침이 마르지 않는 찬사를 먼저 접했다. <라라랜드>를 보고나서는 이런저런 검색질을 자꾸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참, '라라'는 노랫소리이기도 하고 할리우드의 꿈을 품은 L.A.를 가리키기도 하는 건가? 암튼 환상과 꿈을 품고 있지만 현실의 씁쓸함 또한 상당한 점을 비롯해서, 영국 '인디펜던트' 지의 리뷰는 '상반되는 힘으로 가득한 모순'의 영화라고 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만큼 과거의 것이 현재를 견인하고 새롭게 하는 힘을 내다볼 수 있다는 얘기도 수긍이 간다.

그렇게 <라라랜드>가 참조한 고전 영화들을 찾다 보니, 영화 외에도 꽤 많은 다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감독 데미언 채즐(Damien Chazelle)의 인터뷰와 함께 정리해놓은, 영화에 영향을 미친 15가지 사항들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를 참고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연인들의 황홀한 순간은 할리우드 북쪽에 위치한 공원과 천문대의 역할이 컸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나는 그리피스 천문대를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해요. 파리의 개선문이나 런던의 빅벤이 기념비이듯이 그 같은 방식으로 기념물이 되었지만 클러스터 된 도시 환경에서 솟아나온 곳이에요. 그리피스 천문대는 마치 자기 세상인 양 언덕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어요. 그것은 로스앤젤레스의 무분별한 팽창과 정신을 말해주지요. 완전히, 진정으로 아이러니하게 그것은 그 자체의 것이에요."

2.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이것은 뜻밖의 이름 같지만, 1960-70년대의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그림을 통해 로스앤젤레스의 수영장 풍경을 담았다고 한다. 저 위의 사진 속 <A Bigger Splash>(1967)를 살펴보면 '과연!' 하는 소리가 나온다. 이 그림을 포함한 그의 작품이 데미언 채즐 감독의 마음에도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과 카메라가 물에 젖고 분방하게 노는 초기 뮤지컬 세트 작품도 포함해서 말이다.

3. 로스앤젤레스의 교통

이건 영화의 오프닝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감독은 "L.A.를 방문하기 전에 교통 체증에 짜증이 났어요. 하지만 '자살하고 싶어' 버전보다는 모든 자동차의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쌓여서 하나의 뮤지컬 넘버로 흘러넘치면 어떨까요?"라고 말한 것이다. 결과는 영화를 통해 확인했다시피 수십 대의 차량과 100여 명의 댄서가 참여해 길 위를 즐겁게 달군 그 장면이다.

4. 펄프 픽션(Pulp Fiction, 1994)

오호라, 이건 또 뭐지, 싶었는데, 이 영화를 위해 감독이 고용한 제작 디자이너 얘기다. 데미언 채즐 감독은 <라라랜드>가 로스앤젤레스의 현실 세계에 자리하길 바랐지만 여전히 실제가 아닌 환상을 더 느꼈고, 그래서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와의 작업에서 호평을 받은 제작 디자이너 데이비드 와스코(David Wasco)를 영입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펄프 픽션>은 화려하지 않은 L.A. 지역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관한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이며, 이제껏 어떻게든 그 독특한 세계를 완벽히 창조해냈어요. 그것은 특별한 도전이었지만 우리는 같은 각도에서 다른 것을 시도했죠."라고 말했다.

5. 라이 쿠더(Ry Cooder)의 로스앤젤레스 스토리(Los Angeles Stories)

뮤지션 라이 쿠더의 분위기 있는 2011년 단편소설집(8편의 단편 중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전화가 계속 오는군(My Telephone Keeps Ringin)”이라는 제목이다)은 감독이 <라라랜드>를 집필하는 동안 잠들기 전 침대에서 읽곤 했다고 한다.

 

6. 쉘부르의 우산(1964)

촬영이 시작되기 전날, 감독은 프로듀서 마크 플랫(Marc Platt)으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았다. 바로 카트린 드뇌브(Catherine Deneuve)가 주연을 맡은 자크 드미(Jacques Demy) 감독의 1964년 뮤지컬 명작의 포스터 액자이다. 드미 감독의 시적이고 윤기 있는 스타일은 <라라랜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데미언 채즐은 “드미 감독을 완전 숭배해요. 그리고 이 포스터는 꽤 야심찬 촬영 일정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시작 동기를 부여해줬죠.” (그는 48개의 장소에서 42일간 촬영했다.)

7. 카사블랑카(Casablanca, 1942)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과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에서 눈을 뗄 수는 없는 영화, 여기서는 워너 브라더스 커피숍에서 일하는 엠마 스톤(Emma Stone)의 캐릭터를 통해 새롭게 작동한다. 데미언 채즐 감독은 이 카페가 1942년 일자(Ilsa)와 릭(Rick)이 오랫동안 서로를 응시했던 “파리 윈도우(Paris Window)” 건너편에 있었다는 걸 알고서는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고 한다. “나는 당장 카사블랑카에 대한 언급을 대본에 썼다.”라고 감독은 말했다.

8. 어페어 투 리멤버(An Affair to Remember, 1957)

제작 후 기간 동안 감독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바다나 파도, 산맥 이미지 대신에 이 1957년 영화의 눈물샘 자극하는 낭만적 장면이 깔려 있었다고 한다. 감독에 따르면, “저는 컴퓨터 화면 보호기만큼 작은 것들을 신봉해요. 캐리 그랜트(Cary Grant)와 데보라 커(Deborah Kerr), 그리고 저 블루, 레드, 옐로우를 보세요. 이것은 정말 <라라랜드>가 주길 원했던 느낌을 떠올리게 했어요.”

9. 폴링 다운(Falling Down, 1993)

감독은 뉴저지에서 보낸 어린 시절,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가 출연한 이 1993년 스릴러에서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묘사가 끔찍했다. 그것은 교통 체증으로 꽉 막힌 고속도로에 설정된 오프닝 댄스 넘버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 영화는 L.A.가 지옥이라고 생각한 많은 이유 중 하나였어요. 그리고 나는 결코 그곳에 발을 들여 놓고 싶지 않았어요. 그 영화는 내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도시의 지옥 같은 초상을 그려내지요. 나는 이제 LA.에 살고 있고, 말 그대로 이 도시에 대해 가장 끔찍하게 생각했던 것, L.A.에 대해 그 어느 것보다도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중략) 마이클 더글라스는 차 밖으로 뛰어내렸지만, 대신 여기서는 댄스 넘버가 됩니다.”

10. 쳇 베이커(Chet Baker)

채즐 감독의 장편 영화 3편(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라인, 위플래쉬, 라라랜드)은 재즈의 소리와 역사로 가득 찼다. 이 영화에서 그는 셸리 맨(Shelly Manne), 스탄 게츠(Stan Gets), 쳇 베이커(Chet Baker)와 같은 미국 서해안 재즈의 아이콘에 영향력을 돌렸다.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나 찰리 파커(Charie Parker)의 이야기, L.A.를 통과하는 서해안 투어와 들이 연주했을 곳에 관한 이야기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러한 영향은 주연배우에게도 미쳐서, 감독에 따르면,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은 그 시대와 문화로부터 가능한 한 많이 배우려고 애썼어요. 이건 내게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죠.”

11. 리알토 극장(The Rialto Theatre)

잘 알다시피 <라라랜드>에서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연극이다. 감독에 따르면, “리알토는 패서디나에서 매우 기능적인 영화관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상영하지 않아요. (중략) 폐쇄된 장면은 리알토가 실제 운영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보다 더 진실에 가까워요. 이 건물을 살펴봤던 일을 기억하는데, 이 멋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안팎으로 돌아봤죠. 그리고 우리는 손전등을 사용해서 걸어 다녔고 어디에서나 먼지가 있었고 우리는 말 그대로 난파된 배나 기념물의 폐허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상하고 아름다웠죠.”

 

12.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춤(The Dance)>

원무를 포착한 앙리 마티스(1869-1954)의 그림인데, 영화의 댄스 장면을 디자인할 때 채즐 감독의 머리에 맴돌고 있었다고 한다.

13. 로스앤젤레스 자화상(Los Angeles Plays Itself, 2003)

톰 앤더슨(Thom Andersen)의 2004년 다큐멘터리로, 거의 3시간 분량의 영화 클립(고전 영화에서 <이중 배상> 같은 누아르 필름, <스워드피쉬> 등 최근 영화까지)이며, 채즐 감독의 리서치에서도 드러난다. “다큐멘터리를 완전 좋아해요. 로스앤젤레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영화화된 도시인데, 영화 산업이 그곳에 상존하지만 영화에 있어서 가장 덜 물리적이기 때문이죠. 뉴욕이나 파리와 같은 방식으로 영화에 특정한 장소가 없어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L.A.에 대한 자기 나름의 아이디어가 있는 거죠.(후략)”

14. 자크 드미 박스 세트(The Jacques Demy Box Set – Criterion Collection)

프랑스 영화 감독 자크 드미(Jacques Demy, 1990년 사망)의 영화들은 채즐 감독이 <라라랜드>를 집필하고 작업하는 6년 동안 그의 집 DVD에 들어 있었다. 이 세트는 드미의 멜랑콜리한 걸작이자 카트린 드뇌브가 모두 주연한 <쉘부르의 우산>, <로슈포르의 연인들>을 포함한다.(후략)

15. 갱스터 스쿼드(Gangster Squad, 2012) /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Crazy, Stupid, Love, 2011)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은 주연으로 첫 번째 캐스팅 대상이 아니었지만(원래 마일스 텔러와 엠마 왓슨이 고려 대상이었다) 채즐 감독은 위의 두 영화에 내재된 카리스마를 활용했다.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한편으로는 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햅번, 프레드와 진저, 마이어나 로이와 딕 파월 같은 할리우드 커플에 가장 가까운 것 같아요. (중략) 그것은 내게 옛날 영화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죠. 하지만 그들을 또한 함께 있으면서도 떨어져 있어요. 매우 컨템퍼러리한 배우들이죠. 그들의 연기 스타일은 옛 할리우드 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훨씬 현대적이고 행동파이고 확고해요. 옛 스타 시스템 페르소나 아우라와 완전히 현대적 스토리로 안내하는 여전히 실제 인물일 수 있는 가능성 두 가지의 드문 조합이에요.” (EW.com, Getty Image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