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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현실을 붙든 <역적>과 5.18의 광주 드라마 을 보다 보면, 뒤로 갈수록 어떤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홍길동(윤균상 분)이 아기장수의 힘을 어렵사리 되찾아 괴력을 발휘하며 해결사로 나서는가 싶더니, 영웅의 수퍼파워에 기대는 그런 방식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그건 다른 게 아니라 아마도 향주목의 장면부터였던 것 같다. 이는 길현(심희섭 분)의 말에도 잘 나타나지만 길동이 아무리 초월적 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대규모 진압을 위해 동원된 임금의 군대를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예사롭지 않음은 이 지점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누가 봐도 향주는 광주를 떠오르게 한다. 연산군(김지석 분)의 폭정을 비판하는 백성을 반역 집단으로 몰아 관군을 보내 무참하게 짓밟는 장면은 일종의 ‘데자뷔’ 현상을 일으.. 더보기
'힘쎈' 도봉순과 '역적' 홍길동, 영웅 판타지 권하는 요즘 우연치 않게 괴력의 소유자인 ‘힘쎈 여자’ 도봉순(박보영 분)과 전설의 아기장수라는 홍길동(윤균상 분) 이야기가 겹쳐서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들 이런 인물들이 판타지란 걸 안다. 한데 에 등장하는 연산군도 궁금해 했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영웅 캐릭터를 소환할까? 판타지가 드러내는 것은 현실의 결핍이다. 만 보더라도, 도봉구에서 벌어지는 여성 연쇄 살인사건이 다뤄진다. 이러한 종류의 사건이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여혐’이 논란거리가 되는 요즘 여성 슈퍼히어로의 등장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정말 이렇게라도 여자라고 무시당하지도 위협을 느끼지도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렇다고 원더우먼처럼 이상적인 타입이 아닌, 흔히 보는 귀엽고도 허술하며 취업 걱정하는 평..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