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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 영부인과 패션의 간략사

 

흔히 프랑스나 프랑스어에서 비롯된 것들은 뭔가 고급진(?) 느낌을 주곤 하는 - 이는 심지어 영어권으로 넘어가도 그러한 경향이 없지 않다 - 사실 프랑스에서는 매우 일상적인 것들로 여겨지는 게 보통인 것 같다. 이건 다른 얘기가 아니라, 그들이라고 뭐 대단한 게 있다는 게 아니라, 그냥 문화적 차이일 뿐인 것이라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향수나 포도주 같은 것도 그렇고 패션도 그렇다. 최근 프랑스 영부인들의 패션에 관해 조명한 한 기사에서는 "프랑스의 경우 패션은 경이로운 관심사가 아니다. 이는 예술, 문학 또는 영화와 같은 프랑스 문화생활의 필수 요소이다."라고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어쨌든 퐁피두, 시라크 대통령 부인이나 패션모델이기도 했던 사르코지 부인 카를라 브루니. 그리고 최근 마크롱 대통령 부인 브리짓 트로뉴에 이르기까지, 디오르, 샤넬, 입생로랑, 루이뷔통 등의 패션쇼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1. 클로드 퐁피두

1969년부터 1974년 퐁피두 대통령 사망 시까지 퍼스트 레이디였던 클로드 퐁피두(Claude Pompidou)는 남편의 이름으로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Centre Georges Pompidou)를 창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저명한 예술 후원자이자 열렬한 패션 애호가의 하나로 샤넬 패션쇼 등에 종종 모습을 나타냈다. (위 사진은 1979년 봄, 시라크 부인과 함께)

퐁피두 부인은 예술과 패션에 대한 공공적 지지 외에도, 아방가르드 디자이너 쿠레주(Courrèges)와 피에르 가르댕(Pierre Cardin)이 좋아하는 앙상블을 선호하고 당시의 스캔들을 일으켰던 바지 정장을 선택하면서 자신의 룩을 실험했다고 알려졌다.

패션에 대한 헌신 외에도 퐁피두 부인은 예술 애호가였다. 그녀는 컨템퍼러리 작품으로 엘리제궁을 새 단장했다. 그녀와 남편은 지역 갤러리를 정기적으로 방문했고, 아티스트 이브 클랭(Yves Klein)의 팬이기도 한 그녀는 남편의 죽음 이후 오픈한 퐁피두센터의 외관에 대해 협의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퐁피두 부인과 나중에 퍼스트 레이디가 될 시라크 부인은 2007년 퐁피두 부인이 사망할 때까지 샤넬 패션쇼에서 함께 자주 목격되었다.

2. 안느-에이몬 지스카르 데스탱

퐁피두 다음으로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Valéry Giscard D’Estaing, 1974-1981) 대통령의 아내 안느-에이몬 지스카르 데스탱(Anne-Aymone Giscard D’Estaing)이 패션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엘리제궁의 현대적 설치물을 많이 해체하면서 그녀의 전임자만큼 예술가의 내부 팬은 결코 많지 않았지만, 그녀는 지방시(Givenchy) 패션쇼를 종종 보러갔다. (사진은 1997년 9월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와 함께)

또한 20세기 후반 프랑스 정치인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폐업한 디자이너 장-루이 셰레(Jean-Louis Scherrer)와의 교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 다니엘 미테랑

프랑수아 미테랑(François Mitterrand)은 1981년부터 1995년까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한 대통령이었다. 그의 부인 다니엘 미테랑(Danielle Mitterrand)은 주로 인권 문제에 중점을 두어 퍼스트레이디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선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과 같은 디자이너들과 친분을 나누는 역시나 시크한 영부인이었다. (사진은 1992년)

각 퍼스트레이디마다 특정 프랑스 패션 레전드를 선호하는 듯 보이며, 미테랑 부인의 경우는 이브 생 로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미테랑 부인에게 패션 위크는 클로드 퐁피두 부인 같은 전임자들보다 덜 긴급한 관심사였지만, 여전히 가장 독보적인 패션쇼에 자주 참석했다고 한다.

4. 베르나데트 시라크

파리 시장 부인으로서의 경험을 한 후(남편 자크 시라크는 1977년부터 1995년까지 거의 20년 동안 시장이었다) 베르나데트 시라크(Bernadette Chirac)는 1995년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로 승격되었다. 시라크는 2007년 사르코지에게 대통령직을 넘겼다. 시라크 부인은 디오르(Dior)에서부터 샤넬(Chanel),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에 이르기까지 친구인 클로드 퐁피두 부인과 함께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사진은 1986년 5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과 함께)

최근 2013년에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등과 함께 그의 패션쇼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5. 세실리아 사르코지

세실리아 사르코지(Cécilia Sarkozy)는 1996년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와 결혼했다. 그들은 2007년에 상당한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이혼했다.(사르코지는 이듬해 슈퍼모델이자 가수인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와 재혼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영부인으로서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패션쇼에서 포착되었다. (사진은 이브 생 로랑 1993년 가을 패션쇼에서 디자이너 소니라 라키엘(Sonia Rykiel)과 함께)

6.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는 세실리아(Cécilia)와의 이혼 후, 런웨이를 많이 걸었던, 나중에는 그 앞줄에 앉았던 이탈리아계 프랑스인 슈퍼모델이자 가수인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와 재혼했다.

패션에 대한 브루니의 안목은 최근의 퍼스트레이디들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 런던 공식석상에서는 디오르와 모자 차림으로 나타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재키 케네디의 이미지에 대한 현대적인 업데이트처럼 여겼다. (위 사진)

 

7. 발레리 트리에르베일러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프랑스를 통치한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 대통령과 결혼한 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레리 트리에르베일러(Valérie Trierweiler)는 대부분의 퍼스트레이디의 지위를 누렸다.

트리에르베일러와 올랑드는 2014년 초 결별했다. 그 해 말에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 등과 함께 2014년 디오르 가을 패션쇼 등을 포함해서 주요 패션쇼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위 사진)

 8. 브리짓 트로뉴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의 부인 브리짓 트로뉴(Brigitte Trogneux)는 이미 퍼스트레이디의 자격에 걸맞게 패션쇼 앞줄에서 모습을 나타낸 바 있다.

충분히 알려졌듯이, 트로뉴는 마크롱 대통령보다 25살 연상이고, 그의 고등학교 선생님이었으며 연극반 학생이었던 그에게 희곡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그들은 2007년 결혼했고, 그녀는 여전히 교사이지만 패션에도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wmagazine.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