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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스타일, 쿨하고 편안한 캐릭터와 패션

 

이야기보다는 디자인으로, 책보다는 굿즈로, 영상보다는 온라인게임으로 먼저 접한 게 무민(Moomin) 캐릭터인데, 약 700개에 달하는 라이센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연간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서점에 검색해보니 동화책들도 꽤 번역되어 있는데 나로서는 이런 방식으로 익숙하진 않다.

어쨌거나 올해 4월까지의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전시를 거쳐 머지않아(?) 서울에도 ‘무민 전시’가 오게 되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무민의 범위는 훨씬 더 넓어질지 모른다. 그중에는 패션도 빼놓을 수 없다고 하는데, 북유럽 패션브랜드 중 유일하게 파리 패션위크에 참여한다는 핀란드의 이바나헬싱키(Ivana Helsinki)는 물론 유니클로(Uniqlo)에 이르기까지, 무민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알려져 있는 것 같다.

그뿐 아니라, 관련 기사를 통해 좀 더 들여다보면, 패션 레이블 ‘알토(Alto)’의 투오마스 메리코스키(Muomas MeriKoski)라는, 올해 LVMH(LVMH Prize for Young Fashion Designers) 결선 진출자로 주목받은 핀란드 디자이너는 2017년 봄 콜렉션을 위한 영감을 1977년 무민의 ‘위험한 여행(The Dangerous Journey)’에서 얻었다고 한다. 위에서와 같이 작가 토베 얀손(Tove Jansson)의 그림을 실크 슬립 드레스와 격자무늬 셔츠에 그려 넣은 룩을 보여준다.

디자이너에 따르면, “내게는 무민이 스타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에 대한 것이에요. 모든 캐릭터가 매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어요. 어떤 캐릭터는 성격이 좋고, 그렇지 않은 캐릭터도 있고, 지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캐릭터도 있죠.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이러한 차이가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든다는 거예요.”

물론 무민 캐릭터 외에도 패션과 접목된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더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컬렉션 가운데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의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친티 앤 파커(Chinti and Parker)'의 미피(Miffy), 영국 브랜드 ‘더 로드니 밴드(The Rodnik Band)’가 선택한 스위스와 영국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핑구(Pingu) 등이 있다. '겐조(Kenzo)'는 지난해 디즈니와 협력하여 <정글북(The Jungle Book)>의 개봉과 함께 트로피컬 프린트의 한정판 컬렉션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의 “앨리스 인 게토랜드(Alice in Ghettoland)” 패션쇼는 루이스 캐롤의 여주인공을 힙합 핀업걸로 변주하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한데 무민 패션이라? 이게 약간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면, 무민의 기본 모드가 누드라서? 사우스뱅크센터 큐레이터에 따르면, “무민 캐릭터들은 수영복이나 잠옷을 입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벗은 채로 있어요. 하지만 허구의 이야기에 따라 책이 다듬어지듯이 모티브를 변화시키는 장식물들이 있죠.” 무민 랜드에서 액세서리는 캐릭터를 구분하는 표시 같은 건데, 무민 마마는 스트라이프 무늬의 빨간 앞치마와 핸드백이 특징이고, 무민 파파는 톱햇(때로 방수모자로 바뀌지만)을 쓴다.

무민이 쇼핑의 즐거움에 빠져있을 때조차도, 종종 새로운 옷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낯선 사람을 받아들이고 가정에서 심플한 안락감(여기서 팬케이크와 커피는 모두 매우 행복감을 준다)을 느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무민 밸리 정신의 대부분은 작가인 토베 얀손의 보헤미안적 양육 방식에서 비롯된다고 하는데, 작가는 조각가이자 핀란드인인 아버지와 가족의 생계를 도맡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스웨덴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작가의 고모인 소피아 얀손에 따르면, “토베는 언제나 사람들을 보고 그림을 그렸어요. 사람들이 보는 방식, 서 있는 방식, 입는 옷 등에 매우 눈여겨봤어요.”

얀손의 경우, 관찰이 이야기로 이어지는 편이라고 하는데, 가령 투티키(Too-Ticky)는 빨간색과 흰색의 브르타뉴 스웨터, 작업복 바지와 방울 모자를 쓴 실용적 복장의 캐릭터이다. 이는 얀손의 파트너이자 동료 그래픽 아티스트 툴리키 피에틸라(Tuulikki Pietilä)를 모델로 삼았다. 투티키의 매니쉬한 복장은 많은 무민 이야기에 깔려 있는 젠더의 유동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무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따르면, “많은 무민 캐릭터는 의도적으로 남녀가 있어요. 토베는 일부러 젠더를 가지고 놀아요. 남자가 드레스를 입고 여자는 바지를 입기도 해요. 이와 대조적으로 리틀 미는 성난 여성성의 상징이에요. 몸집이 작지만 걸핏하면 화를 내죠. 그녀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와 어울리지 않을 주홍색 드레스와 투박한 보버 부츠를 신고 상투 같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죠.”

이러한 두 인물은 작가 자신의 진화하는 자아 감각과 스타일의 반영이라고 말한다. "토베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매우 신경을 썼어요. 그녀가 점점 유명해지자 자신을 나타내는 방식이 더욱 사려 깊어졌어요.“ 중년의 그녀는 자신의 긴 머리를 보이시한 하이웨이스트 바지 스타일로 바꿔서 자신의 섹슈얼리티의 변화를 보여줬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이야기 속에 스며있는 강력한 메시지와 어른들의 의미가 담겨 있어요. 당신이 알아내야 하는 모든 의미의 층위가 있죠.” 팅구미(Thingumy)와 밥(Bob) 듀오는 커다란 루비를 숨긴 여행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데, 일종의 불법적인 연애 행각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지만 무민 시리즈의 기본적인 노선은 관용이다. 외계인 같지만 실은 확실히 비극적인 인간을 나타내는 캐릭터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ft.com 참고 및 사진)

쿨하고 편안한 핀란드 패션 스타일? '휘바 휘바'라는 말이 잘 알려져 있지만 핀란드식 안락함, 편안함을 의미하는 단어가 '휘게 휘게(hygge)'라고 한다.(참고: 우리가 무민에게 배워야 할 다섯 가지는?) 내용을 뜯어보면서 찾아본, 무민 캐릭터들이 꺠알 같이 박힌 이바나헬싱키의 파스텔톤 미니드레스를 입으면 딱 저 말이 나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