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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민에게서 배워야 할 다섯 가지

 

한 선배는 미대 나와서 디자인 일을 하고 있는데 요즘 빠져 있는 게 무민 스마트폰 게임이라고 한다. 슬쩍 엿본 바에 의하면, 무민 월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디자인이 일단 눈길을 끌고, 무민 파파나 리틀 미 등 캐릭터가 잘 살아있는 움직임도 흥미롭고, 그렇게 해서 정말 소소하게, 텃밭을 가꾸거나 가구도 배치하면서 말 그대로 나만의 무민 월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수더분한 캐릭터도 그렇고 왠지 정감이 가서 나도 이거 해보리라, 하면서 다운로드 받아보긴 했는데 꽤 용량을 차지하는지 아무래도 스마트폰 업그레이드를 한 후에 하게 될 것 같다. 어쨌거나 드라마틱한 것과 거리가 멀지만 작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어딘지 모르게 초연하면서도 적당한 따뜻함과 편안함 속에 살아가는 무민 트롤들의 매력에 자꾸 눈길이 가곤 한다.(관련: 무민 스타일, 쿨하고 편안한 캐릭터와 패션

스웨덴계 핀란드 여성 작가 토베 얀손(Tove Jansson)이 직접 그리고 글을 쓰며 탄생시킨 무민은 1945년 처음 선보였다고 하니 70년 넘게 꽤 장수를 누리며 사랑받아온 캐릭터 아닌가. 단지, 최근 북유럽 스타일의 삶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우리는 이제야 이들에게 눈 돌릴 여유가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민 월드는 삶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새롭게 했던 것일까. ‘가디언지에서 소개한 무민을 통해 알게 된 다섯 가지 것들을 살펴보자.

작은 즐거움의 중요성

무민 스마트폰 게임에서도 두드러지지만 역시나 첫 번째로 꼽히는 부분이다. “어린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는 당신이 나이가 들 때 어려움을 겪으면서 찾게 되는 작은 즐거움에 미래의 노스탤지어를 더하는 것이다. 무민의 세계는 혜성에 위협을 받기도 하며 매서운 겨울이 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무민은 좋은 매너, 좋은 커피, 여름을 즐기는 데 집중한다.”

파티 하는 방법

나무에 매달린 종이 랜턴, 주위의 모든 이웃들... ‘핀란드 가족 무민트롤(Finn Family Moomintroll)’의 마지막 부분에서 파티는 완벽한 파티의 샘플이라고 꼽고 있다. “홉 고블린이 스스로 나타나서 선의에 의해 무장 해제된다. 좋은 파티에서의 선은 무한한 신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전체성(integrity)

무민은 토베 얀손의 생애에서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되었지만, 결코 시장의 논리에 맡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핀란드에서 도자기를 만들었고, 그 과정을 컨트롤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전심을 다해 책에 몰두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계곡에 무민이 없는 ‘11월의 무민 밸리(Moominvalley in November)’를 썼고, 이는 여태까지 읽은 책 중에 애도에 대해 가장 지혜롭고 감동적인 책이다. ‘한겨울의 무민랜드(Moominland Midwinter)’에서, 무민트롤이 겨울 한 가운데서 깨어나는데 나머지 가족들은 동면하고 있다. 이보다 더 외로움이나 아웃사이더의 느낌을 더 잘 환기시키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 그때 마치 키에르케고르가 동화를 위해 나타난 것만 같았다. 그 같은 이야기들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세대의 수용

무민 책의 일부는 유아를 위한 책이며, 일부는 자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책이다.” 얀손은 중산층의 보헤미안 레즈비언으로, 핀란드만의 작은 섬에 살고 있는 작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디에 있는 누군가에게라도 마치 자기를 위해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력이 있다는 평판이다.

가족의 해방

대부분의 소설에서 그렇듯이, 만약 자기가 성취하고자 하는 뭔가가 있다면 가족은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그려지게 마련이다. “얀손에게 있어서, 가족은 우리가 실패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관용의 장소이다. 동성애자로 성장한 그녀의 경험은 스너프킨(Snufkin)이라는 캐릭터에 나타나 있다. 방탕한 아들처럼 모든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신이 나지만 아무도 그가 어디 있었는지 묻지 않는다. 무민 가족의 친구 투티키(Too-Ticky)에는 얀손 파트너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민트롤이 캘리포니아 왕으로 변신한 멋진 이야기에서 그의 어머니는 그를 곧바로 알아본다.”(theguardian.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