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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핀란드에 대해 아는 것들: 자일리톨, 인테리어, 무민

 

어느 날, 우연히 홍대 앞에서 마주친 후배 녀셕과 반갑다고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와썹!! 무지 오래간만이다. 여긴 웬일이냐? 졸업한 지 꽤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난 터라, 예전에 그 후배 녀석이 다시 재수해서 홍대 미대 시험 칠까 말까 고민하며 홍대 주변을 배회할 때 같이 있어줬던 그 시절이 떠올랐고, 한참 후에 다시 만난 이곳도 홍대라니, 이 녀석과 인연도 퍽 질기군, 하던 참이었다.

이 근처로 이사 왔잖아요, 선배.”

그래? 어쩌다가?”

실은 이 근처에서 학원 다니면서 인테리어 디자인 공부하고 있거덩요.”

갑자기 그건 왜? 뜬금없게. 아니지, 미대 가려고도 했으니 완전 뜬금없는 건 아니네.”

먹고 살 길 찾아야죠. 이거 배워서 핀란드 가서 살려고요.”

?”

, 저 그동안 파리에서 사회학 공부하고 있었거덩요. 근데 거기서 핀란드 여자 친구를 만났어요. 판란드 가서 뭐라도 해서 먹고 살려면 이게 괜찮대서.”

이건 또 뭔 소리람. 그때까지 외국인에게 너 한국 알아? 김치 알아?’ 하는 거랑 비슷한 수준으로 핀란드 하면 자일리톨 안다고 할 판이었던 선배는 이런 얘기가 엄청 낯설 수밖에 없었다. 사랑을 찾아 핀란드로 간다니, 한편으로 신선하기도 하도 부럽기도 하고...

그때만 해도 미처 이케아를 떠올릴 수도 없었다. (이케아는 스웨던 업체이긴 하지만 핀란드까지 해서 북유럽 스타일로 뭉뚱그리는 경향이 있으니) 지금처럼 북유럽 인테리어니 뭐니 하며 인기를 끌던 때가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선견지명이 있었던 건지, 암튼 그렇게 해서 핀란드에 가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있다가 오면 언젠가 다시 한국에 올 땐 떠날 때와는 사정이 달라도 한참 다를 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 녀석은 그렇게 학원을 다니다 우여곡절 끝이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핀란드로 간다는 얘기만 들었다. 그후로 어떻게 됐는지, 그녀랑 무사히 결혼을 해서 정착을 했는지, 아님 잘 안 되어서 헤어지고 한국에 와 어디선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님 또 변덕이 도져서 어디선가 딴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혹시 아는가? 언젠가 그가 짠 하고 돌아와 홍대에서 다시 마주칠지, 그땐 아무래도 심지어 이케아를 넘어서서 무민 온라인 게임 얘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핀란드에 대해 조금 더 진전된 인식을 공유하면서, 아니, 심도 있게 한 수 배우면서 수다를 떨 수 있겠지.

혹시 또 아는가? , 선배, 그렇잖아도 무민 굿즈 몇 개 가지고 왔어요. 선배도 하나 드릴게요. (관련: 우리가 무민에게서 배워야 할 다섯 가지무민 스타일, 쿨하고 편안한 캐릭터와 패션)이런 얘기를 들을지홍대 앞에 자주 가지도 않는 요즘으로선 이건 꿈에 가까운 얘기지만 상상은 자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