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로 나가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띤다. 특히 미술 쪽에서는 베니스 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 뮌스터 조각 축제 등이 겹치는 이른바 '그랜드 투어'의 드문 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어쨌든 그중 하나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한국관이 불법 건축물이니 어쩌니 하는 잡음이 있긴 했다는 얘기 정도 들은 것 같다. 그 외에 비엔날레에서 정치적 색채가 많이 옅어졌다는 기사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작 바깥에서의 시선은 그런 거 상관 없이 다루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그 관련 내용을 아래에서 잠깐 들여다본다.
‘NSK 주(NSK State)’에는 국가, 여권, 우표 및 영사관이 있지만 영토는 없다. 1992년 슬로베니아 아티스트 콜렉티브 IRWIN이 설립한 것으로, 이주(migration), 식민주의(colonialism), 역사 및 정체성에 도전하는 급진적인 예술 실험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NSK는 소위 ‘황금사자상(Golden Lion Award)’을 받기 위해 80개국 이상이 경쟁하는, 소위 말하는 예술 세계의 올림픽인 베니스 비엔날레(Venetian Biennale)에서 비공식 파빌리온을 설치했다.
NSK 주 전시는 사상가, 예술가 및 사회사업가 등이 유럽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무국적자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NSK 여권의 신청서를 처리하는 여권 사무소가 있는데, 자신의 시민권 신청서가 처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난민들이 운영한다. 이 직원들은 11월 비엔날레가 끝날 때까지 파빌리온에서 풀타임으로 일할 것이다.
이와 같은 국제적 전시에서 무국적관은 결정적인 성명을 발표한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를 다음의 미래 또는 소유를 이해하는 미래, 새로운 정체성을 이해하는 미래, 시민 의식을 이해하는 새로운 미래로 투사하게 할 그 무엇을 향한 일종의 문이 되도록 선을 긋고자 했다.”라고 이 파빌리온을 이끈 마라 암브로지크(Mara Ambrožič)는 말했다. “이것이 정치적 행동이거나 아니라면, 우리가 이윽고 국가와 프로젝트로서 움직이는 미래를 볼 수 있는 그 무엇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유형의 반국가 사상은 존재하지 않는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가에게 모두 훌륭하고 좋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국가의 정부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예술가들에게는 비엔날레가 대단한 도전 과제이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이가 자부심을 가지는 한편 동시에 그것을 비판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일부의 경우, 이것은 단순한 창의적인 테스트 이상의 것이다. 한국관 큐레이터 이대형(Lee Daehyung)에 따르면, 코디 최(Cody Choi)와 이완(Lee Wan) 작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전히 권좌에 있었다면 비엔날레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권력을 박탈당하고 뇌물을 받고 중요한 정보를 유출한 권력 남용과 관련된 혐의로 지난 3월에 체포됐다. 그녀는 또한 수천 명의 반체제 예술가들의 문화적 블랙리스트를 유지했다고 보고되었다. 그녀는 5월 초 선거 이후 자유주의 정치인 문재인으로 대체되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의 정치적 추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흔들렸으며, 이는 새로운 정부가 도래할 때 정치적 견해에 반대와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바라건대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한 추를 깨뜨릴 것이며 우리는 결국 좀 더 포괄적인 정책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모든 예술가들은 날카로운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코디 최와 이완 작가는 한국 정체성의 복잡성에 더 중점을 두면서 파빌리온에서 명백하게 정치적 주제를 거의 분명하게 유지했다.
그러나 어쩌면 예술가가 항상 공공연하게 정치적 입장을 취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올해 모술(Mosul)에서 이라크 군대와 함께 최전선에서 발전시킨 작업으로 이라크를 대표하는 벨기에의 예술가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가 지적하는 것은, 예술가들은 항상 정치적 갈등의 순간에 다양한 입장을 취해 왔다는 것이다.
“2년 전, 나는 제2차 세계대전 중반인 1943년 유명 예술가들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참여에서 비참여, 피해자에서 증인, 영웅에서 악당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입장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모든 태도는 역사적으로 매력적이다. 점령당한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에 합류한 것에 대해 (아일랜드 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전쟁 - 이러한 인간의 광기 - 에 등 돌리고 자신의 에너지를 당시에 시작한 컷 아웃(cut-outs) 시리즈에 집중한 것에 대해 어떻게 마티스(Matisse)를 비판할 수 있었을까? 모두 다른 역할을 채택하거나 맡았으며, 하나의 모델이 없다.”
제시 존스(Jesse Jones)는 베케트(Beckett) 모델과 더욱 밀접하게 맞추었으며, 이 비엔날레를 여전히 대부분 불법인 낙태에 대한 접근에 중점을 두면서 자신의 고향인 아일랜드에서의 여성 권리의 상태에 대해 발언할 기회로 간주한다. 그녀의 전시인 “Tremble Tremble”은 자기 결정(self-determination)에 대한 강한 진술로 마녀를 페미니스트 원형으로서 회복시킨다.
“이 작업의 페미니스트 정치학은 아일랜드에서 매우 시기 적절하다고 느낀다. 나는 신체의 자율성과 여성의 자기 결정에 관한 복잡한 아이디어를 접근 가능하게 만들기를 정말로 바라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재현하기보다는 몸의 정치학을 느끼는 방법을 허용하는 경험을 창조하길 희망한다.”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정치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 우리가 가진 자유, 그리고 세계에서 서로 어떻게 지내는가에 대한 불가피한 부분이며, 우리 삶의 가장 친밀한 부분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결국, 최고상은 명백하게 정치적인 것과 유순한 것 사이에 걸쳐 있는 작업에게 돌아갔다. 독일은 작가이자 안무가인 안네 임호프(Anne Imhof)의 “파우스트(Faust)”(위 사진)로 황금사자상을 가져갔다.
짖어대는 경비견은 파빌리온 입구의 철조망 울타리에서 당신을 만난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래에 체인, 나이프, 페인트 및 라이터 오일이 놓인, 높은 유리 바닥을 따라 걷게 된다. 눈을 감은 퍼포머들이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좀비처럼 방 안을 통과하여 움직인다. 어떤 사람들은 발밑에 노출된 공간으로 쭈그리고 들어 와서 꿈틀거리며 불을 켠다. 무력함의 감각이 있다. 비평가들은 S&M과 전체주의적 언명을 발견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치(Nazis)가 1938년에 재디자인한 건물에서 개최되었다.)
“나의 작업은 자유를 위한, 차이의 권리를 위한, 젠더 비순응성을 위한 사유의 은총과 이러한 세상에서 여성이라는 자부심을 대변하는 것이다.”라고 안무가 임호프는 수상 소감에서 말했다. “우리가 독일관을 위해 발전시킨 작업은 과거를 투명하게 만들었지만 미래를 향해 말한다.”
프리뷰와 공개 퍼포먼스 때 끝없이 줄을 선 작품의 인기로부터 판단하건대, 임호프는 국제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는 그 무엇을 건드린 것 같다. 그녀의 수상이 국가적인 자부심이나 불만족의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지는 토론의 여지가 남아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2017년 11월 26일까지 진행된다. (cnn.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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